저물어가는 거 아닐까 by 등롱

오늘도 아픈 녀석에게 약을 먹이고, 모두에게 밥을 주고 똥을 치워줬다. 집에 오는 길에는 깜박하고 멍 때렸더니 한 정거장 지났다. 내려서 돌아왔다.
슬픈 소식이 있어서, 그 소식이 옛날 슬픈 기억까지 불러와 잠시 울었다.
나이든 샴은 젊을 때 하던 모든 것들이 힘겹다. 건방떠는 애들 제압하는 것도 힘들고, 간식 달라고 조르는 애교에도 기운이 빠져 있고. 옛날만큼 잘 먹지도 못한다. 눈빛은 여전히 총명하고 근육이 내려앉은 나이든 몸으로도 잘 움직이지만 육신만큼이나 정신도 함께, 어딘가가 마모되어간다고 느낀다.
샴이 그렇듯이 인간인 나도 그렇지.
올해의 목표는 매일매일 일상에서 치러낼 작은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다. 운동 십분하고 글 조금 쓰고 일어공부 조금 하고 잠을 많이 잔다. 이걸 지키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일상이 전투적이고... 어릴 때처럼 하루 지켜냈다고 이튿날에도 지켜낼 관성이 오지 않는다.
뭐든지 조금씩 힘들어지고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큰일이다.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싸운다.
이런 게 인생이라면 결국 저물어가는 것에 대해 싸우려는 것이 인생인 거 아닐까. 되게 부질없는데도 지금 당장, 오늘 밤, 내일, 며칠 후가 힘들어지지 않게 고양이가 끈 가습기를 다시 켜러 움직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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